졸업, 재미있는 드라마,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준호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국어를 가르치려고 한다.
서혜진은 그건 불가능하고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 성적을 어떻게든 올리는 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평생 답을 찾은 나의 경험으로는 둘 다 맞는데, 이준호는 개척자이고 서혜진은 현실의 수호자다.
실제로 혁명적 변화는 이준호의 방식으로 나온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혁명이 안 일어난다.
미분과 적분, 복소변수, 양자역학, 증기기관, 삼각돛, 아메리카의 발견, 페니실린, 백신의 발견, 모두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시도로 만들어진 완전히 새로운 해법이다.
당연히 나는 이준호 방식으로 모든 것에 도전했다.
내가 사용한 전투방식은 누구를 베낀 것도 아니었고 모두 내가 만들어낸 방식이었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개발한 방식이다.
교수로 있으면서 학생들이 한글로 논문을 쓰고 그것을 영어논문으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했다. 아주 논문 쓰는 공장을 차렸다.
특히 효과적인 방법은 학술지를 읽으면서 주제는 좋은데 실험방법이 나빠서 결과가 나쁜 논문들을 사냥하는 데 주력했다.
내 특기는 signal to noise 를 천 배 쯤 증가시키는 것이라서 위의 실험 못하는 사람들의 좋은 주제를 공략하면 아주 편하게 대단한 주제를 잡아낼 수 있었다.
다만, 인생은 생각보다 많이 짧기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을 내포한다. 자신이 스마트하다는 게 증명되어야하고, 능력에 맞춘 적당한 현실주의가 필요하다.
무능한 이상주의자는 개고생한다.
드라마의 이 부분도 좋았지만, 서혜진의 10년 핵심 강의자료를 경쟁학원의 표상섭 선생에게 몰래 빼돌리려는 같은 학원의 우승희 부원장.
표상섭은 그걸 반칙이라 간주하고 서혜진에게 알려준다.
자존심이 너무 강한 사람은 그렇게 반칙으로 살 수는 없지만 절반의 사람들은 그 반칙을 한다.
그 반칙을 거리낌 없이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은 내게도 어렵다.
그러나 인생은 그런 반칙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기다.
드라마를 보고 이렇게 나의 평생 고민한 것을 다시 끄집어내서 생각해보기는 처음이다.
연애사로 접어들어 지루해지려던 졸업 드라마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준다.
안판석 연출자가 위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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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