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4 오건영에세이

5
노는자차단
작성: 2024.01.04 23:25
오늘 새벽 의사록 발표가 있었죠. 일단 시장의 기대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인 듯 합니다. 파월이 무엇을 봤을까… 2018년 말만 해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고집하던 파월 의장이 19년 1월에 등장했을 때는 얼굴이 하얗게 떠서 금리 인상의 중단을 말했었죠. 마치 그 분위기를 연상케하는 지난 해 12월 FOMC를 보면서 시장의 궁금증 중 하나가 그거였죠. 무엇 때문에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로 전환하려고 할까.. 무언가 아주 심각한 게 있겠구나.. 라는 생각들.. 그렇지만 그런 심각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되려 자산 가격의 상승이 인플레이션 제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이나… 현재의 역레포 감소는 정상적인 것 같다는 얘기들… 그리고 H4L가 연준 위원들의 예상보다 오래가야 할 듯 하다는 논의들.. 이런 부분들은 시장의 기대와는 다소 다른 부분이죠. 그리고 양적긴축을 어떤 식으로 중단할지에 대한 논의도 오갔죠. 과거보다 대차대조표가 크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에서는 멈춰서야 할텐데요… 적절한 레벨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얘기도.. 상당히 긴 얘기이니.. 주말 에세이에서 연간 전망과 함께 적어드리겠습니다.
간단한 의사록 리뷰를 해드렸구요.. 이제 연간전망 4부를 이어가야죠.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이 질문이 4부의 핵심입니다. 금리가 크게 내려갈 것이라면… 성장주를 사야하는 건가요.. 장기채를 사야하는 건가요.ㅎㅎ 구분이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헤지펀드들은 장기채를 선호할 겁니다. 그리고 장기채를 그냥 사는게 아니구요.. 빌려서 사야겠죠. 이제 그렇게 투자해보겠습니다. A라는 펀드는 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펀드의 전체 현금인 10000원을 주고 장기채를 샀죠. 이제 모든 일을 했으니 쉬어야 하는 건가요?ㅎㅎ 그게 아니죠. 그 장기채를 담보로 채권 담보대출을 뺍니다. 95원 정도 대출이 된다고 해보죠. 그렇게 받은 95원으로 다시 장기채를 더 삽니다. 그리고 그 채권을 담보로 또 대출 90원을 받겠죠.. 그리고 뭘 할까요? 이렇게 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담보대출에 담보대출에 담보대출을 일으켜서 장기 채권을 이빠이 채우는게 포인트죠. 위험하지 않은가… 아뇨.. 전혀요.. 왜냐하면 우리는 약속의 땅에 살기 때문입니다. 금리는 내릴 것이라는 약속의 땅에.. 그리고 파월 의장이 약속했죠. 금리 큰 폭으로 인하하겠다구요..
여기서 담보대출이 참 재미있죠. 은행에서 받는 게 아니구요… 단기금융시장에 가서 레포라는 대출을 받습니다. 레포가 뭔지가 중요한 건 아니구요… 그 장기채를 담보로 1일짜리 대출을 빼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해가 안되죠. 1일 대출을 빼면 다음 날은?? 네.. 대출을 다시 받으면 되죠. 1일 대출을 365일 연결하면 1년 짜리 대출이 되는 거쟎아요..ㅎㅎ 그럼 왜 이 짓을 하는가.. 단기 금융 시장에 나가야 대출을 쉽게 뺄 수 있으니까요. 길게 돈 빌리는게 쉬울까요.. 짧게 빌리는 게 쉬울까요.. 당연히 짧게 빌려야겠죠. 그리고 금리가 내려갈 것 같은데요.. 대출은 길게 받는 것보다 짧게 받아야 향후에 금리가 내려왔을 때 기쁨이 두배가 되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1일 레포 대출을 받아서 에브리데이 연장하면서 버티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돈이 넘치고 있는 거죠.
그런데요… 어느 날인가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일단 모두가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모두가 금리가 아주 강하게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를 했으니.. 비슷한 플레이를 많이 해두지 않았을까요? 매일 매일 레포 시장에 가면 대출 이빠이 받으려는 펀드들이 넘치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은 당연히 데일리로 레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죠. 그래서 나중에는 베테랑이 오는 것도 아니고… 신입직원이 옵니다. 그 분은 내용은 잘 모르구요.. 가서 도장찍고 돈 빌려오래요~ 라는 얘기를 반복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레포, 즉 단기대출을 해주는 시장에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연말을 맞아서 은행들이 유동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레포 대출을 줄이는 거죠. 그럼 레포 시장에 돈을 빌려주는 형님들이 약간 줄어들게 된 거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다들 풀 레버리지로 돈을 에브리데이 빌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돈 빌려주는 공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돈을 못빌리면… 에브리데이 연장을 못하면 그 펀드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가는 거죠. 그래서 대출 공급이 줄어들 것 같으면 무릎꿇고 돈을 빌려야 할 겁니다. 제발… 이러면서요.. 신입직원 밀어내고 선배가 달려와서 어떻게든 레포 대출을 연장하려고 하겠죠. 그런데 너도 나도 연장하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네.. 레포 금리가 튀어오르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대출을 받으려는 넘들은 많은데 대출 해주는 넘들은 줄어들게 되니… 당연히 금리가 튈 수 밖에요..
만약 펀드가 대출 연장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대출을 받아서 어제 받은 대출을 꺼야하는데… 그게 안되면… 파산에 이르게 되니.. 당장 보유하고 있는 장기국채들을 마구 던져서 현금을 만들어 갚아야 하지 않을까요? 네.. 레포 시장이 흔들리게 되면… 레포 대출을 겁나 받아서 대출해주는 헤지펀드들이 장기채를 매각하게 됩니다. 그럼 장기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장기채 금리가 튀어오르게 되겠죠… 그런데.. 여기서 레포 시장이 다시 정상화됩니다. 그럼?? 네…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는 우리 헤지펀드 패밀리들이 다시 돌아와서 빚에 빚에 빚에 빚에 빚을 걸머지고 다시 장기채를 사겠죠. 겁나 던지다가 겁나 사들이면… 장기채 가격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까요? 그게 장기채 금리의 거대한 스윙을 만들지 않을까요… 헤지펀드들이 얼마나 많다고.. 그들의 힘이 얼마나 된다고 겁주고 있어… 라는 생각이 드실 분들을 위해 기사를 하나 인용하고 갑니다. 주요한 기사니까요.. 꼼꼼히 읽어봐주셨으면 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 금리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국채 수요가 커진 가운데 소수의 헤지펀드가 미 국채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헤지펀드가 대규모 부채를 차입해 초단기 매매를 통해 시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헤지펀드의 개입으로 시장 변동성이 요동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헤지펀드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극소수의 헤지펀드가 미 국채 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진단했다. 엑소더스포인트 캐피털의 펀드매니저 조나단 호프만,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의 존 보넬로, 시타델의 조나단 티퍼마스 등이다.(중략)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 매니저 외에도 커퓰라 인베스트먼트, 시타델, 시메트리 인베스트먼트, 반야스니 자산관리 등도 베이시스 트레이드로 시장 변동성을 늘리고 있다. 미 월가에선 이들의 거래가 국채 트레이드 거래량의 70%를 차지한다고 추정한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미 국채 2년물에 대한 선물 계약 중 절반가량이 8명의 헤지펀드 매니저가 체결했다. 2022년 29%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국채 선물 공매도 포지션은 지난 7월 6500억달러에서 12월에 8000억달러로 늘어났다.
규제당국은 베이시스 트레이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헤지펀드가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종결하면서 대규모 계약을 청산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한국경제, 23. 12. 21)
선물 거래를 한다.. 뭐 이런 기술적인 부분들을 제외하고 전체적인 기사의 골자가 이해되셨다면 오늘 에세이를 충분히 소화하신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이들의 과한 플레이가 더욱 과해진 이유를 생각해보는 거죠. 하나는 연준의 삽질입니다. 금리가 내려간다는 확신을 금리가 대박으로 내려간다는 확신으로 바꾸어주면… 쏠림이 보다 강해지게 되죠. 금리가 화악 밀려내려갑니다. 그러다가.. 그건 아니라는데.. 라면 금리가 반대로 튀어오르게 되죠. 이 롤러 코스터는 지난 해에 이어서 올해도 나타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과 전망에 대한 말씀을 나누면 90%이상의 분들이 금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금리가 자산 시장을 가장 많이 흔든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런 금리가 흔들리게 되면?? 네.. 자산 시장의 변동성도 상당히 크지 않을까요?
그럼 금리를 낮춰주면 되쟎아?? 그럼 해님달님의 호랑이가 등장하는 거죠. 금리 인하 더 해주면 안잡아먹지.. 양적긴축 멈춰주면 안잡아먹지.. 양적완화 더 해주면 안잡아먹지.. 제로금리에 마이너스 금리 옵션 붙어주면 안잡아먹지.. 라구요.. 안해주면?? 그럼 헤지펀드들이 흔들리게 될 수 있죠. 이걸 메워줄 수 없다면 양적긴축을 멈춰야 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할 겁니다. 그럼 연준은 이렇게 행동을 할까요? 일부 지역 집값 오른다고 기준금리 인상하지는 않죠. 일부 지역 집값 빠진다고 금리 인하하지는 않죠. 핀셋 대응을 하지 않을까요? 그런 대응 방안을 연준은 TOOL이라고 부릅니다. 주중에 긴 에세이를 쓰려니 힘이 드네요.. 😭 오늘은 여기서 줄이구요.. 주말 에세이에서 연간전망 5부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0
비추천0
신고신고
    Go to topAdd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