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오건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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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자차단
작성: 2023.12.20 16:34
전일 BoJ의 통화정책결정 회의가 있었죠. 얼마 전 국회에서 일본은행의 우에다 총재가 그런 얘기를 하죠.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는 상당히 도전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요. 시장은 이를 일본은행이 상당 기간 이어왔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이번 회의가 주목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대는 추가적인 엔화의 강세와 함께 일본 10년 국채 금리의 상승을 자극했죠. 그런 기대에도 불구… 이번 회의에서는 별다른 얘기가 없었죠.

약간의 배신감(?)을 느껴서인지 기자들이 그 질문을 합니다. 올해 말.. 내년 초.. 도전적이라고 했던 그 코멘트는 뭐냐구요. 이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이제 취임한지 1년되어서 내년 한 해가 참 어려울 듯 하여 그런 각오를 다지기 위한 코멘트였다… 정도로 답을 하죠. 결국 우에다 총재의 코멘트에 대해 시장이 오버해서 해석한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시장에서는 빠른 되돌림이 나왔는데요.. 강세를 보이던 엔화는 제동이 걸렸구요, 일본의 10년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엔화의 약세 및 일본 금리의 하락은 한참 쳐맞은 후에 고개를 들려던 미국 금리를 다시 한 번 눌러버리는 효과를 만들었구요, 낮은 금리와 엔화 약세는 일본의 엔캐리를 자극하게 됩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국면에서는 일본도 딸려서 금리를 올려야 하죠. 그럼 미국 통화 정책에 의해 올라가던 미국 장기 금리는 일본의 통화 정책 변화… 즉 긴축 전환의 영향까지 받으면서 빠른 상승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반면 미국 통화 정책이 완화로 돌면 반대로 일본 금리의 하락 영향까지 받으면서 금리의 하락 속도 및 폭이 강해지는 효과를 경험하게 됩니다. 상승과 하락의 양방향이.. 어느 한쪽으로 강화되면 더 많은 돈이 몰리게 되는 거죠. 내년에도 이런 금리의 높은 변동성은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ECB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이건 코멘트 자체에 대한 곡해라기보다는 정책 시그널에 대한 오인으로 보이는데요… ECB가 이번에 양적긴축을 시행할 것임을 발표했더랍니다. 내년 하반기부터 월 75억 유로씩 PEPP자금에 대한 양적긴축에 돌입한다는 건데요… 보통 양적긴축을 발표하면 시장 분위기가 긴축을 읽으면서 긴장하게 되곤 하죠. 그런데 이번에는 얘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다들 너무 흥겨워하고 있는 거죠.

이유인 즉슨.. ECB가 서둘러 양적긴축을 하는 이유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 위해서라는 거죠. 엥? ECB는 조만간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시장은 생각하고 있죠. 그런데 금리 인하를 하면서 양적긴축을 그 때 시행하게 되면 긴축을 하면서 완화를 하는.. 양방향 시그널을 함께 던지는 셈이 되니.. 이건 좀 아니지 않냐… 그래서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든 양적긴축 카드를 열어두는 것이 맞다… 라는 생각에서 양적긴축을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보통 금리 인하 이후 양적완화를 하고… 그걸 끝낼 때는 테이퍼링을 하곤 하죠. 이후에 충분한 긴축 시그널을 던진 이후 금리 인상 전후에 양적긴축을 시행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적긴축 이후에 금리 인하를 하는 건데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 셈이죠.

양적완화를 해도 완화… 양적긴축을 해도 완화… 애니웨이… 시장은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른 바 외통수에 걸려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ECB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해당 질문을 라가르드에게 던지죠… 이번에 양적긴축 발표한 건 금리 인하를 위한 포석 아니냐구요.. 당연히 라가라드는 단칼에 부정했죠.

중앙은행이 얘기를 해도 시장이 그걸 믿지 않거나 그 의도를 시장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 더욱 더 강해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파월 의장이 있죠. 지난 12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시장은 보다 빨리.. 보다 많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FOMC 이후에 ECB의 라가르드, BOE의 베일리, BOC(캐나다)의 맥클렘 총재 등이 나서서 금리 인하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했지만 시장은 전혀 관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랬더니… 드디어 시카고 연은의 굴스비 총재가 나섰죠. 잠시 굴스비를 소개해드리면요.. 최근 연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어떻게 보면 올해 중반 물러났던 불라드 수준의 영향력을 연준 FOMC에서 행사하는 듯한 인물입니다. 이게 FOMC도 비슷한 것이… 어떤 전망을 던진 이후.. 그 전망이 아들어가는 사람의 입김이 보다 강해지기 마련이죠. 불라드 역시 전체 전망이 워낙에 잘 맞아떨어지다보니 어떤 때에는 17:1로도 뜰 수 있었던 겁니다. 굴스비는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경기 침체없는 물가 안정… 즉 이른 바 황금 경로(Golden Path)를 줄곧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최근 흐름을 보면 성장은 안정적으로 둔화되는 반면, 물가는 두드러지게 완화되고 있으니.. 굴스비의 말이 맞는 건가요? 그래서인지 최근의 통화 정책 발표 흐름에서… 파월의 코멘트에서는 굴스비의 입김이 상당히 많이 보여지는 듯 합니다.

굴스비는 연준 내에서는 현재 비둘기로 알려져있죠. 과도한 긴축보다는 물가 상황이 개선될 것이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요.. 그런 굴스비가 전일 나서서 그런 코멘트를 하죠… 이번 파월 의장 연설 이후의 시장 반응에 다소 당황했다라구요… 그리고 시장이 생각하는 방향은 파월이 의도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코멘트도 함께 덧붙입니다. 개인적으로 굴스비 취임 이후 이 형님이 이런 식으로 코멘트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장에는 영향이 있었는가… 아뇨. 전혀요.. 일단 무시때리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파월이 직접 수습해도 무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역사가 말해주죠. 연준은 새가슴이라는 것을.. 그리고 의외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제 확실히 그 명제를 증명해주고 있으니 그 믿음이 강화될 수 밖에요. 그리고 어차피 지금 긴축을 말해도 다담주면 완화로 돌아서게 될 것이니 굳이 이런 긴축 코멘트를 믿을 필요가 전무하지 않을까요. 네.. 연준의 신뢰의 이슈가 불거지는 겁니다. 네…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참 쉽지 않네요.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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