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러시아 수출통제 대상 품목이 단 한 건도 추가·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미국이 러시아·벨라루스 수출 시 허가 대상으로 관리하는 품목 가운데 56%가 한국의 통제 목록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산업통상부와 무역안보관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9월 이후 한국의 대러시아 ‘상황허가’ 대상품목은 1402개(고시상 품목 수)로 유지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6월 출범한 이후 추가·변경된 품목도 ‘0개’인 것으로 의원실은 파악했다.
상황허가는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 등이 있는 품목을 러시아 등 특정 국가에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최 의원실이 한미 대러 통제 목록을 동일한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대조한 결과 미국이 러시아·벨라루스 수출 시 허가 대상으로 관리하는 2653개 가운데 1496개(56%)가 한국의 상황허가 목록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157개는 한국 목록과 겹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원실은 원유·경유·휘발유·LNG·LPG·석탄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을 비롯해 2000cc 이하 내연기관 승용차와 주요 자동차 부품, 드론·항공기, 선박 등이 한국 목록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상황허가 대상품목은 국내에서 경유·환적할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의원실은 경유 등 석유 정제제품이 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 항만이나 해역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실어도 이 규정에 따른 허가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의원실은 미국과 EU 등 주요 우방국들이 우회 수출 경로를 틀어막기 위해 제재 품목을 지속해서 넓혀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마지막 개정 이후 사실상 제재 업데이트를 멈춘 상태여서 국제사회의 공조 기조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한다.
최 의원은 “미국·EU·일본 등 주요국이 철저히 통제 중인 핵심 산업재와 민·군 전용 가능 품목들이 우리 고시 목록에서 대거 누락돼 있다”며 “대북 제재와 대미 통상·안보 동맹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이재명 정부는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57개 품목으로 대러 상황허가를 시작한 뒤 2023년 798개, 2024년 2월 1159개로 대상을 확대했다. 2024년 9월 금속절삭가공기계와 공작기계 부품 등 243개를 추가해 1402개로 늘린 것이 마지막 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