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1兆 투입
수요 기업·팹리스·파운드리 '드림팀' 결성
국내서 AI칩 설계·생산 통해 선순환 구축
발전 가능성 큰 온디바이스서 AI 칩 공략[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반도체 수요 기업 등이 ‘드림팀’을 결성해 K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만든다. 단단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정부가 1조원을 지원해 토종 AI 반도체를 만드는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K온디바이스 AI반도체(가칭)’ 사업을 통해 이번 주까지 기업들의 수요를 받아, 이달 대표 기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3~4월에는 후보 기업을 주도로 팀을 구성하고 5월에는 민간 대표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는 기업들이 원하는 AI 반도체를 국내 토종 팹리스가 설계하고,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생산하는 형태다. 수요 기업과 팹리스, 파운드리를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업종별로 온디바이스 AI 칩을 개발해 4대 주력 사업의 첨단 제품을 만드는 것까지 목표로 한다.
정부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가 단순히 설계 단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에 들어가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내 파운드리에서 생산을 권고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005930)가 위탁 생산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업 분야는 △기계와 로봇 △사물인터넷(IoT)·가전 △자동차 △방산 등 4개다. 사업 규모는 1조원이다. 정부는 4개 분야에서 각각 2개 과제를 선정해 1000억~2000억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예컨대 현대차(005380)가 AI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하면, 드림팀이 국내 팹리스에 원하는 스택을 요구해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국내 파운드리가 생산하게 된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필요한 모든 AI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분야인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가전, 자동차, 방산 영역에서도 필요한 AI 칩이 있다고 하면, 팹리스가 모듈·AI 개발 환경 등을 포함한 풀스택을 개발해 시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드림팀은 수요 기업을 중심으로 팹리스, AI 소프트웨어 기업, 대학 등으로 구성한다. 여기에는 국내 팹리스의 개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팹리스 역량 강화를 위해서다.
실제 국내 팹리스들은 뛰어난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이를 사업화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칩을 원하는 기업이 있어야 이를 생산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데, 한국 생태계에서는 이런 선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반도체 생태계가 견고한 이웃나라 대만과는 다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는 초기 신생 기업일 당시 주변 팹리스 기업 등의 칩을 많이 생산하면서 능력을 키웠던 전례가 있다. TSMC가 이른바 ‘공공 파운드리’ 공장 역할을 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팹리스, 소재·부품·장비 시장을 키워줄 수 있는 공공 파운드리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팹리스의 파운드리 접근성을 확대하고, 소부장 기업과 패키징 제조 생태계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온디바이스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로 본격 상용화 단계 전이다. 지금은 AI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AI 서버에 미국 빅테크들의 투자가 집중돼 있지만, 추후 PC, 모바일, 태블릿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할 게 유력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온디바이스AI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약 1500억달러(21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