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율 높지 않은데다
주가 저평가탓 증자 쉽지않아
기업들 자금조달 방식 바뀌며
신종자본증권 등 쏟아질 전망
◆ IB 명가에 듣는다 ◆
![](/image/009/2025/02/10/0005441477_001_20250210205409590.jpg?type=w860)
"올해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종자본증권이나 주가수익스왑(PRS) 방식 자금 조달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IB전략본부장(전무·사진)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기업들의 자본 조달 방식이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무는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IB그룹 산하에 신설한 IB전략본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2차전지나 화학과 같은 업종에서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2~3세 경영에 접어들었고 국내 기업들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고 주가가 저평가된 경우가 많아 증자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리그테이블에서 채권발행(DCM)과 주식발행(ECM) 부문에서 고루 선두권을 지켰다. 하지만 전통적 투자은행(IB) 시장이 성숙했다는 판단하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힘쓰고 있다.
윤 전무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2%가 채 되지 않는다면 증권사의 고객에 해당하는 기업들도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2021년을 고점으로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IB전략본부는 IB그룹 내 IB1~4본부가 커버하는 주요 기업에 선제적으로 재무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올해는 기업 고객에 30건 이상 딜을 먼저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전무는 "많은 기업이 겉으로는 '상황이 좋다' '어려워지더라도 매각할 자산이 많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고 막상 어려워졌을 때 자산을 팔려고 하면 제값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먼저 자금 조달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본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IB전략본부의 역할이 언뜻 컨설팅과 유사해 보이지만 증권사로서 한국투자증권만의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윤 전무는 "컨설팅 펌이나 회계법인은 자문만 해주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직접 물량을 인수하거나 셀다운할 수 있어 기업 고객에 훨씬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패키지 딜 수임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시장에서는 아직 레코드를 쌓아가는 초기 단계이지만, 해외 인수금융 주선에서만큼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필요로 하는 인수금융 일부를 국내에 들여와 한국투자증권이 셀다운하는 형태다. 윤 전무는 "경제가 성장 국면일 땐 벤처캐피털(VC) 시장이 활기를 띠고 이어 상장, 증자,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구조이지만 성숙 국면에 접어든 만큼 인수·합병(M&A)에서의 인수금융과 공개매수 사업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영권 안정화가 필요한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인수금융 외에도 IB 전반에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외화 신디케이트론 분야에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선두를 지키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이란 다수 금융기관이 공통의 조건으로 기업에 자금을 융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회사채 발행과 달리 국제 신용등급이 없어도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현대캐피탈, KB국민카드를 비롯해 9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외화 신디케이트론을 주선했다.
윤 전무는 "중국과 관계가 어려워지며 관련 투자 자금을 국내에 집행하려는 대만을 포함해 금리가 한국보다 낮은 국가에서 국내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며 "기존 홍콩과 대만 금융기관을 넘어 중동과 유럽 지역으로까지 사업 범위가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IB전략본부는 올해부터 산하에 카본솔루션부를 배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환경부가 선정한 탄소배출권 유동성공급자(LP) 증권사 중 한 곳이다. 지난해 국내 금융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나현준 기자 / 우수민 기자]
탄소배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