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딥시크·美 관세전쟁도 영향없다…‘OO 비상사태’ 선언이 더 중요하다고? [홍키자의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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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2.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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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딥시크 충격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언에도 굳건한 섹터가 있습니다.


어떤 외풍에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유망 섹터, 바로 ‘에너지’ 섹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말했죠.

미국 연방정부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발동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으로는 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행정부가 주도해서 화석연료 중심의 각종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전 세계의 에너지 패권을 움켜쥐겠다는 선언입니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탈퇴했던 파리 기후협정 재탈퇴 행정명령에도 다시 서명했습니다.


취임 이후 열흘 동안 중국의 딥시크발 급등락이 반복된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서도 에너지 기업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오늘은 ‘에너지 비상사태’의 의미를 좀 더 파헤쳐보겠습니다.


에너지는 곧 안보...‘국가 에너지 자립’에 사활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의 핵심은 ‘국가 에너지 자립’입니다.


에너지 자립을 하겠다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에너지 자립을 통해 결국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전 세계서 기술 패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입니다. 에너지는 곧 AI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것이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다시 정리해보면요. 인공지능 구동을 위해선 속도가 빠른 반도체 칩이 필요하고, 그 반도체 칩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하고, 그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그래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곧 인공지능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는 겁니다.


지난해부터 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들어봤던 이 논리를 미국의 새 대통령이 시대의 과업으로 천명했다고 보면 됩니다.


트럼프 2기 취임 첫 주 발표된 핵심 정책들이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력 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DS투자증권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AI 산업 규제 행정명령을 폐기하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초대형 AI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발표했습니다. 정부 임기 초반 정책 드라이브의 초점이 AI인프라 전력 사업에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대 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는 718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바로 인프라 프로젝트입니다. 텍사스주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죠.


데이터센터가 구동하려면 전력 인프라도 바로 따라오는 것이고요. 텍사스주에 뉴욕 센트럴 파크 면적의 데이터센터를 짓는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대규모 배터리 시스템이 사용되는 식입니다.


“AI 시대에 투자 많이 한다는 것이네”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에너지 투자 확대의 배경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죠. 미·중 AI 전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등 반도체가 수출되는 것을 제한하고, 각종 제재안으로 데이터와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의 수출도 통제해왔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어떤가요?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 칩인 ‘H800’ 2048개로 지금의 챗GPT보다 추론과 검색 능력이 더 뛰어난 AI ‘딥시크 RI’를 만들어냈죠. 1957년 당시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해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과 비견된다는 평가마저 나오는데요.

사실 지난 인류의 5000여년의 역사에서 중국 이외의 국가가 패권을 쥔 적은 별로 없었죠.


거의 중국이 전 세계 패권을 쥐고 있었으니까요. 오픈AI의 모델을 무단 이용했는지 여부 등은 차치하고, 미국의 제재를 뚫고 나온 기술 개발이라는 데 의의가 있을 겁니다.


원전이 미래다...원전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의 핵심

그중에서 원자력에너지, 원전 섹터가 가장 눈에 띕니다.


이번 행정 명령의 핵심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강화도 있지만, 원자력에너지를 이들 화석연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중요 에너지로 취급하겠다는게 더 큽니다. 원자력에 대한 중요성을 행정 명령으로 끌어올려 둔 겁니다.

원전 섹터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모멘텀이 확대될 핵심 섹터로 분류됐습니다. 원전 관련 정책 강화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부터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으로 추진돼왔죠.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4분기 신규 원전 건설, 원전 재가동, 기존 시설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2023년 100.6기가와트(GW) 수준인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300GW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원전은 이제 트럼프 2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떠받들 중점 육성 섹터로 꼽힙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지난달 지명 이후 취임 청문회에서 “상업용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 원자력 발전 1위 운영사업자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CEG)는 최근 한달새 주가가 21% 올라서며 트럼프 2기 원자력 정책 기대감을 반영해왔고, 미국의 독립발전사업자이자 콘스텔레이션에너지의 핵심 경쟁자인 비스트라에너지(VST)도 지난 6개월간 140% 상승하며 꾸준히 우상향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지난 30년간 원전 인프라 확충을 등한시했다는 점에서 원자력발전소 등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장기 상승세는 좀 두고봐야합니다.


콘스텔레이션에너지가 지난해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의 상업용 가동을 2028년에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은 데이터센터에 원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하나의 이벤트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대신에 소형모듈 원전인 SMR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게 조금 더 현실적입니다. SMR은 건설 비용이 대형 원전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건설 시간이 짧아 원자력발전소 신규 확보보다 훨씬 더 빨리 구동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해 도미니언에너지 등 3곳과 소형 원자로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구글도 원전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에서 향후 가동할 SMR 에너지를 자신들이 쓰겠다고 구매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美 에너지부의 전략 에너지 기업은...‘오클로’

그중에서도 오클로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원자력, 미국 에너지부 등 오클로가 관통하는 단어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기업인수목적회사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해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2013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인 제이콥 드윗과 캐롤라인 코클란이 설립했죠. 오클로는 대학 캠퍼스 등에 들어설 정도로 규모가 작은 ‘오로라(Aurora)’ SMR을 개발 중입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오클로는 자사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설계·건설·운영 등을 모두 포함한 ’맞춤형 통합 자격 신청서(COLA)‘를 성공적으로 제출한 유일한 회사로 소개합니다.


오픈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도 2014년부터 오클로에 투자해 왔습니다. 현재는 오클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죠. 올트먼의 오클로 투자 이유는 바로 AI 때문입니다.


올트먼은 CNBC와의 2023년 인터뷰에서 “향후 AI 사용은 계속 확장되고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원자력 없이는 그 미래를 달성할 방법이 없고, 원자력은 현존하는 어떤 기술보다 효율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클로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미 아이다호주에 SMR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과 사용 후 핵연료를 모두 쓸 수 있는 연료 시설을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내부에 건설해 미국 에너지부의 구 원자로에서 회수된 핵연료를 재처리해 활용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제 실적은 없습니다. 지난해 1~3분기 오클로의 누적 순손실만 6332만달러에 달합니다. 즉 빅테크들의 SMR 구애와 함께 트럼프 정부의 원전 섹터 중점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여 주가 상승을 이뤄냈다고 봐도 되죠.


다만, 오클로가 ‘에너지 비상사태’ 구호와 직접 연결되는 기업이라는 게 호재로 작용합니다. 즉,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 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대표 원자력 기업이라는 얘기죠.


오클로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꾸준히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2021년 에너지부로부터 200만 달러(약 27억원) 규모의 기술사업화 기금을 지원받았고, 2022년에는 에너지부의 첨단 원자료 상용화를 위한 4개 프로젝트 중 한 곳으로 선정돼 82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았죠.


지난해 3월에는 원자력 혁신기술 촉진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부의 ‘게인(GAIN) 프로그램’에도 선정됐습니다.

이번에 임명된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오클로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도 회사에는 호재입니다. 크리스 라이트 장관은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인 프래킹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설립자로, 리버티에너지는 오클로의 일부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 현장에서도 오클로가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국립연구소에서 첫 SMR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것은 미국의 미래 에너지원의 거대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월가에서의 오클로를 향한 시선도 다소 나뉩니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들은 AI 혁명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짐에 따라 오클로 주식에 대한 목표가를 45달러로 상향 조정했지만, 시티는 오클로에 대한 ’중립‘ 입장을 재확인했죠. 지난 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오클로는 45.93달러를 기록해 주가 낙관론자들의 편에 서 있습니다.


오클로의 상승세는 미국의 에너지 전략과 맞닿아있습니다.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위한 도전 자체가 오클로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성용 기자(hsyg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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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L02.09 05:18댓글

    이게, 진짜 미국의 힘인가.

  • 20
    또라이몽02.09 06:38댓글

    정보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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