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공모주 대박`, 이젠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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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꾼
작성: 2025.02.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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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한때 공모주를 사기만 하면 치킨을 먹을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증거금을 마련하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이자를 주더라도 벌 수 있는 돈이 많았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청약에 대한 과열이 지금의 기업공개(IPO) 시장 왜곡을 만들었나 싶다. 장기투자를 위해 청약을 하겠다는 사람이 최소한 내 주변엔 없었다. '대어'가 상장한 날 9시만 되면 직원들이 일제히 사라졌다는 곳이 많은 것 보면, 비단 기자 주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상장하는 기업 주식 사는게 뭐가 나쁘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청약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공모가를 너무 높게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주관사와 상장사가 아무리 높게 설정해도 기관투자자는 수요예측에서 밴드 상단을 써낸다. 그리고 그 최상단 가격으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일반 투자자가 청약에 나선다.

보통 일반 투자자는 주관사와 수요예측에서 적정 공모가를 써내지 못한 기관 투자자를 욕한다. "너네가 기업 평가를 잘 했어야지"라고 하면서 정작 투자자가 직접 그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카카오와 LG가 불러온 '공모주 열풍' 이후 상장만 한다고 하면 청약이 몰렸다. 주변을 봐도, 커뮤니티를 봐도 그 기업의 이름조차 듣지 않고 '일단 사고 보자' 식의 투자가 넘쳐났다.

이런 행태는 과거 공모주의 주가 변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공모주 열기가 덜했던 2019년과 2020년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는 시장의 평가보다 낮았다.

2019년 상장한 73개(스팩 포함) 종목 중 51개가 상장 첫날 주가가 올랐다. 상장 후 6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공모가를 웃돈 곳도 절반 수준인 33곳이나 됐다. 2020년도 75곳 중 56곳이 첫날 주가가 올랐고, 6개월 이후에도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한 곳이 50곳이 넘었다.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장 후 6개월 뒤까지만 공모가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공모가가 '적절했다'고 평가할 만해 보인다.

이런 시장상황은 2021년부터 빠르게 변했다. 2021년 상장한 93개 종목 중 상장 첫날 상승을 기록한 곳은 78곳이었다. 그런데 6개월 뒤까지 이를 유지한 곳은 59곳으로 줄어든다. 다음 해에는 95곳 중 60곳만 상장 첫날 주가가 올랐고, 6개월 뒤에는 54곳으로 감소했다.

2023년부터는 처참하다. 120곳 중 93개가 상장 첫날 주가가 상승했지만, 6개월 뒤에는 70여곳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18개중 4분의 1 수준인 30곳만 6개월 뒤에도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상장 첫날 상승한 곳은 80여곳이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상장종목 중 1개 종목을 제외한 모든 종목의 주가가 상장 첫날부터 하락했다. '첫날엔 된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공모가는 높아지고 출회 매물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이런 악순환으로 공모가는 높아지고,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기관의 의무확약도 꾸준히 줄어 왔다. 상장 기업의 자금조달 기회도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잘 팔리는 물건에 높은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나쁜지, 그걸 알고도 사주는 곳이 나쁜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단타' 위주의 투자행태가 이어지자 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기관 투자자의 장기투자를 유도하자'였다. 장기투자를 약속한 기관 투자자에게 더 많은 주식을 배정하고, 의무보유확약으로 첫날 매도물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과연 기관 투자자의 단타를 마냥 욕할 수 있을까.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의 3대 축인 개인이 첫날부터 던질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남아서 손해를 자처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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