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美, 바짝 쫓는 中… G2, 양자컴퓨터 개발 ‘각축전’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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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새
작성: 2025.02.0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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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기술 상용화 놓고 격돌

신개념 정보단위 ‘큐비트’ 사용해 연산
여러 경우의 수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암호 해독·약물 설계 등 엄청난 잠재력

美가 기술 선도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
안보 우려 커 中 배제 공급망 구축 박차
中은 대규모 정부 투자 앞세워 맹추격


미국에서 연초부터 양자(Quantum·퀀텀)컴퓨터 상용화 개발 시간과 관련해 논쟁이 붙었다. 이달 초인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를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한때 뉴욕증시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4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영하 273℃ 극저온 상태로 냉각하는 구글 양자컴퓨터의 냉각 시스템. 구글 퀸텀 AI 웹사이트 캡처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 공동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는 이틀 뒤인 10일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한인창업자연합(UKF)에서 “그의 말은 30년 뒤 시총 3조달러 양자컴퓨팅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라며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1990년대에 만든 뒤 인공지능(AI)에 활용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고 말해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는 “20∼30년이 지나면 모든 개인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 발전은 정부도 적극적으로 발 벗고 뛰어든 상태다. 2024년 7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호주, 덴마크, 핀란드 9개국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퀀텀개발그룹을 발족시켰고, 행정부 임기가 종료하기 직전인 지난 8일 2차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양자컴퓨터는 무엇이고, 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양자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릴까.

◆암호, 제약 분야 비약적 발전

일반적인 컴퓨터는 데이터를 0 또는 1의 이진값으로 다루며, 비트(Bit)라는 정보단위를 사용한다. 반면 양자물리학을 활용한 양자컴퓨터는 0과 1 사이의 중첩을 활용해 그 사이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큐비트(Qubit)라는 새 정보단위를 사용하는 양자컴퓨터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푸는 데 최적화돼 있다. 단순히 연산 속도가 빠른 게 아니라, 여러 연산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따라서 양자컴퓨터는 여러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계산해야 하는 암호학, 약물 설계나 재료과학(분자 구조의 최적 조합 계산) 등에 잠재력이 크다. 예를 들어 약물을 설계하기 위해 수백개의 분자로 구성된 물질을 재조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 때 최적값을 찾는 경우의 수 계산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암호를 설계하고 해독하는 것도 경우의 수가 많은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여서 양자컴퓨터의 발전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대규모 데이터를 최적화하는 등에서 잠재적인 효용성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양자컴퓨터의 이론적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80년대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 자금이 풀리면서 연구가 진행됐고, 2015년부터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IBM과 구글도 당시 사업부를 신설했으며, 김 교수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큐가 설립된 것도 2015년이다. 하지만 AI와 반도체 등은 이미 산업의 영역이 된 데다 자금도 풍부한 반면,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과학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산업이 막 태동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 내에 국가퀀텀조정실을 두고 정책 설계와 연구 지원을 해왔다. 2021년 기준 미국은 매년 7억1000만달러(약 1조170억원)를 양자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양자컴도 미·중 경쟁 필연

미국이 양자컴퓨터의 선두주자인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중국은 반도체, AI에서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도 정부 지원을 쏟아부으며 엄청난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양자 통신 및 양자 네트워크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2016년 중국 정부는 양자기술발전계획을 발표했고, 세계 최초로 양자 통신 위성인 ‘묵자호’(Micius)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장거리 양자 통신 실험에 성공했다.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과학기술부(MOST)와 같은 정부기관은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양자컴퓨터가 제약산업이나 재료공학 등에서 폭발적인 산업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보적 측면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빠른 추격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 비견할 만한 속도로 양자컴퓨터를 갖게 되고 암호학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다면 미국의 안보망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대부분의 양자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응용 분야의 발전도 뚜렷하지 않은 점 역시 혹시 미·중 간 기술 우위에서 변화가 발생할까 미국이 긴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세계 선두주자인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 국가들과 함께 퀀텀 개발에 나서고 중국을 여기에서 배제하는 공급망을 만드는 주된 이유로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협력기구인 퀀텀개발회의를 발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각 정부와 양자적으로도 양자 개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에 있는 한·미양자기술협력센터는 2022년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발족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특정 과학기술을 콕 집어 기술협력센터를 만든 첫 사례다.

다만 AI나 반도체 분야와 달리 아직 발전 단계인 양자컴퓨터에서는 미국이 특정한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랜드연구소의 2022년 보고서는 “(양자 분야에서) 대부분의 연구가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협력을 방해할 수 없다”며 “양자기술이 성숙하는 단계에서 수출통제는 과학적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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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모02.02 01:21댓글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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