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앞둔 경동시장 가보니
차례상 비용 마트보다 저렴하지만
"싸다는 체감 안돼" 선뜻 구매 못해
대형마트서도 성수품 사는데 신중
"평소엔 시간도 없고 해서 마트에 가지만 명절엔 꼭 시장에 온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을까 싶어서 시장을 몇 바퀴째 둘러보고 있다."
지난 18일 낮 12시 무렵 찾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가게에서 고기를 사고 나오던 심모씨(63)는 설 차례상 부담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차례비용이 보통 30만원 들었는데 오늘은 벌써 고기만 사도 10만원이 나왔다"며 "그나마 여기가 고기 가격이 싸서 왔는데 시장 안에서도 가게마다 가격 차이가 큰 편이라 다른 제수품들은 더 돌아보고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발품 팔면 전통시장이 크게 저렴
심씨는 경동시장 안에서도 저렴하고 품질 좋은 고기를 팔기로 유명한 곳을 일부러 찾았다고 했다. 정육점 앞은 물건 구입을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경동시장은 설을 일주일 앞둔 주말인 탓에 사람들로 붐볐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설 대목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본지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돌며 같은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본 결과 한우는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마트의 경우 한우 1+ 등급 국거리 양지는 1근(600g)에 5만280원이었다. 반면 경동시장에서도 싸다고 유명한 정육점에선 2만3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커머스와 비교해도 전통시장이 최저가로 나타난 품목이 가장 많았다. 고물가 부담에 발품을 팔면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차례상을 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색나물에 재료를 각 100g 단위로 가격을 비교해 보니 시금치는 전통시장이 500원, 대형마트 1326원으로 2.5배 이상 차이가 났다. 도라지와 고사리는 마트 3980원에 비해 4배 가까이 싼 1000원에 전통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고물가에 성수품 구매 신중
설을 앞둔 전통시장들은 평소보다 북적이는 분위기였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유동인구는 늘었지만 물건을 구매하는 '진짜 손님'은 줄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청량리청과물 도매시장에서 35년 동안 수산물을 판매한 한 상인은 "오는 사람은 많은데 실속이 없다"고 기자에게 푸념했다. 그는 "시장 내 음식점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세대도 많이 오긴 하는데 이들은 식재료를 사지 않는다"며 "지난해는 매출이 절반은 줄었는데 물가까지 올라 남는 게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물건을 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성북구 주민 70대 A씨는 "인근 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는 편이지만 물가가 워낙 올라 싸다고 유명한 여기(경동시장)까지 와봤다"면서도 "실제로 보니 딱히 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명절 대목을 앞두고 고객들로 북적이지만 고물가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운 분위기다. 지난 17일 저녁 방문한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은 바구니를 들거나 쇼핑카트를 끌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매장 내에 행사를 알리는 안내음성까지 겹치며 마트 전체가 소란스러웠다. 쇼핑카트에 배와 사과 등 성수품을 담는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기후변화 등으로 과일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마트 청계천점의 과일코너 직원은 "설이 얼마 남지 않아 이쯤부터 성수품을 사러 많이들 온다"며 "사과나 배는 작년 추석 때 이미 값이 많이 올랐는데 지금은 조금 더 올라 고객들이 선뜻 구매를 못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esyj@fnnews.com)
이정화 기자 (cle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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