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외국인 순매도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술 경쟁력 및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번지면서 지난 9월부터 '팔자'세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내년 초까지도 유의미한 반등은 쉽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23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10조4056억원어치를 내다 판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 악화는 지난 9월부터 본격화됐다. 9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전체 순매도액은 19조427억원인데,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19조838억원에 달한다. 같은기간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팔지 않은 셈이다. 특히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25일까지 33거래일 간 매일 팔면서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주가를 끌어내렸다. 올해 초 7만8000원에 출발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 11일 장중 8만8800원까지 올라 연고점을 경신했지만, 9월부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현재는 5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14일에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6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4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과 실적 불안이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친 데다, 중국의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 등이 D램 공급가를 시장가(2.1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인 0.75달러로 책정하면서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제외한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레거시(범용) 메모리의 수익성 및 수요 악화도 전망도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저가형 제품들의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중국의 CXMT 영향이 부각되고 있다"며 "전방산업 수요 부진,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중국 추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당분간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예상한 내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3일 기준 41조3784억원이다. 3개월 전(58조1217억원), 1개월 전(44조2100억원) 전망치 대비 눈높이를 크게 내려잡았다.
4·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이 꺾이자 이달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10곳 중 8곳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직전 9만원에서 7만3000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낮춘 가운데, IBK투자증권(9만5000→8만2000원), 다올투자증권(9만3000→7만7000원), BNK투자증권(7만6000→7만2000원) 등이 낮춰 잡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당분간 박스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이 내년 3·4분기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 하락 사이클 초입에 불과한 만큼 섣부른 매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작된 스마트폰, PC의 과잉 재고 축소가 내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고객사의 범용 메모리 반도체 재고 역시 매우 높아 반도체 가격 하락이 좀더 이어질 것"이라며 "본격적 주가 상승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10조라 엄청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