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AI(인공지능) 경쟁력 등 주가 반등을 이끌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이 부재한 상황에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까지 번진 영향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추정치를 대폭 하향하면서 목표주가도 동시에 낮추고 있다. 지난 분기까지만 해도 '10만전자' 이상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4만전자'를 다시 볼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20일 오전 11시 42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900원(1.69%) 떨어진 5만2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중 5만2100원까지 내리면서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지난 7월 장 중 기록한 연중 최고가 8만8800원과 비교해서는 40% 하락한 주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엔 4만9900원까지 빠져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대량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12월 2~19일)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757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이번 주에는 6912억원, 전날 하루에만 3295억원 쏟아내며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 대비 뒤처진 AI 경쟁력으로 글로벌 반도체 랠리에서 소외됐던 삼성전자는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까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실적이 올해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을 35조1450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46조330억원을 추정치로 잡았지만, 한 달 새 10조원 넘게 깎았다. NH투자증권뿐만 아니라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도 이익 추정치를 조단위로 내려 잡았다.
우선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포함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삼성전자가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주요 먹거리이자 영업이익 기여도가 높은 PC,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AI향 메모리 수요는 양호하지만 전통 제품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단가 하락과 수요 감소 반영이 불가피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삼성전자의 DS(반도체) 사업 영업이익 예상치를 25조6000억원에서 16조7000억원으로 수정했는데 전통 수요처 부진 심화를 고려해 가격 전망을 더욱 보수적으로 수정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수요에 다른 변화가 없다면 DRAM(디램)은 내년 3분기, NAND(낸드)는 같은 해 1분기부터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AI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부재한 상황이다. 올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고공행진 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 홀로 부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AI 시장의 핵심 제품이자 고부가 메모리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여전히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았다. HBM 큰 손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을 택했다는 소식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유의미한 주가 반등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경기에 대한 반등 시그널 확인과 함께 업황 회복 기대감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적인 고부가 제품(HBM3E, HBM4, QLC 기반 eSSD) 경쟁력이 확인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9만3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삼성전자에 대한 시선을 낮추고 있다. 12월 들어 삼성전자 기업 분석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 중 7곳(유진투자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BNK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IBK투자증권)이 나란히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당분간 8만원 선을 넘지 못할 거라는 게 중론이다. 그중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낸 BNK투자증권은 7만2000원을 제시했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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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았습니다. 반도체 참 어렸죠. 아마도 될지도 암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