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속 관세전쟁도 예고
외형 확장보다 내실에 집중
“M&A 계획 없다” 75.5% 달해
행동주의펀드 위기감도 고조
기업 절반 밸류업 확대에 난색
외형 확장보다 내실에 집중
“M&A 계획 없다” 75.5% 달해
행동주의펀드 위기감도 고조
기업 절반 밸류업 확대에 난색
탄핵 정국에 대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줄이는 그림을 챗GPT에 요청했다. [사진 = 챗GPT]‘고물가 지속, 원화가치 폭락, 국내 정치 대혼란, 전 세계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행동주의펀드 급습…’
기업들이 내년 자본시장 안팎에서 마주한 어려움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한층 강해진 생존 본능으로 무장한 기업들은 당장 공격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안정을 최우선에 놓고 있다.
10일 자본시장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 매일경제 ‘레이더M’이 국내 주요 기업 50곳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69.4%가 내년 투자 기회와 재무 개선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면 재무 개선부터 하겠다고 답했다.
내년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9.2%로 더 우세했다. 내년 기업 재무 전략도 보수적으로 세우겠다는 응답이 55.1%로, 중립적(42.9%) 또는 모험적(2%)보다 많았다.
에너지 분야 상장사 A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 경제 전반에서 내수시장 침체가 체감되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와 국내 정치 혼란으로 대외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집중이 필요한 수출 관련 해외 사업은 국내보다 적극적인 재무 집행이 가능하겠지만 국내 사업 관련 재무 계획은 보수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내년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한 물음에는 ‘없다’는 응답이 75.5%로 압도적이었다. 그 이유(복수 응답)로는 ‘주력 사업 집중’이 80.6%로 가장 많았으며, 거시경제 불투명성이 해소될 때까지 관망하겠다(44.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민준선 삼일PwC 딜 부문 대표는 “불확실성 기간이 최소화한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아웃바운드·크로스보더(해외 기업 인수) M&A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업종별로는 인공지능(AI)이라는 메가 트렌드와 맞물려 현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에너지나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친환경 섹터가 유망해 보인다”며 “금리 하락에 따른 업사이드가 큰 섹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행동주의펀드 역시 재무 운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설문에 응한 50개 기업 가운데 49%가 내년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이 올해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최근 국내 대표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두산밥캣 지분 1%를 확보한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SK스퀘어에 주주환원을 확대하라며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행동주의펀드 움직임이 상당수 기업들에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다.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위기감 정도를 묻는 질문에 49%의 응답자가 ‘다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심각하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기업도 6.1%에 달했다.
행동주의펀드에 위기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복수 응답)로는 이사회 참여 등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경영활동 간섭 심화(61.5%), 기업의 의사결정 방해(61.5%)가 꼽혔다.
다만 이른바 ‘밸류업’ 바람에도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마냥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내년 밸류업과 관련된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55.1%가 올해와 비슷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올해보다 덜 신경을 쓸 예정이라는 응답도 4.1%였다.
밸류업 계획이 없거나 줄일 예정인 이유로는 기업구조 안정화가 우선(45.5%), R&D·설비 증설·마케팅 등 신사업 확대 자금 필요(36.4%), 경기 침체 대비 유동성 확보 필요(27.3%) 순이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