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9일 코스닥과 코스피 시장에서 1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계엄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대거 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멈추자 이번엔 개미들이 '패닉셀'에 나선 것이다. 탄핵정국 장기화와 환율 급등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코스피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외국인이 던진 물량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힘겹게 받아 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두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67.63포인트(2.79%) 내린 2360.53에 장을 마쳤다. 장중 2360.18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이날 수급별로 코스피 시장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개장 직후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해 장 내내 순매도 규모를 키웠다. 지난 6일 코스피 시장에서 5816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889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순매도 물량도 3015억원에 달한다. 이날 하루만 1조1913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3일 계엄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개인 투자자들도 이탈을 시작한 것으로 봤다. 계엄 사태가 6시간만에 종료되며 조기 수습 기대감에 지난 4일과 5일 주식을 사들이다 6일 여야 대립이 극명해지고, 7일 탄핵 불발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탈출 러시'에 나섰다는 것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의 혼란한 상태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며 "기존에 반영되고 있던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에 이번 사태로 바닥을 찍은 줄 알았던 내수 경기마저 망가질 수 있다고 보고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코스피 지수의 폭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는 대부분 지수에 선반영돼 있었고, 그동안 낮아질 대로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하방을 어느 정도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연구원은 "지난주 6일 수급 차트를 보면 외국인이 순매수 하다 지수가 보합 근처에 왔을 때 다시 매도했다"며 "이는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된다고 해서 다시 폭등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상단도 2600선에서 제한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은 오후 들어 매도세로 돌아섰다 다시 245억원 순매수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일 계엄사태 이후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멈췄다. 당시에도 외국인 매도 규모는 점차 줄었다. 계엄사태 직후였던 4일 코스피 시장에서 4079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은 5일 3164억원, 6일 2842억원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다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원화가치 하락으로 개장 후 10원 이상 오른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자금이 들어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해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베팅 사이트에서도 나타났듯이 주변에서 탄핵이 될 거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조금 더 많았었다"며 "불확실성은 더 높아지고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부결로 인해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원화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미 한국 비중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얘기하는 곳도 많고, 당연히 포지션을 늘리거나 새로 확보하려는 의견은 없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탄핵 가결로 단기 상승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사실상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 마저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외국계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주시하겠지만 추가 투자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결국 외국인과 개인의 투매를 기관이 혼자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는 지난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8256억원어치 주식을 홀로 받은데 이어 이날도 7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수 규모를 주목해야 한다"며 "매수 규모가 가장 큰 금융투자업자의 경우 프로그램 매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지난 4일 코스피 시장에서 1119억원 순매수를 시작으로 5일 1574억원, 6일 3445억원으로 순매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날 순매수 규모도 2000억원이 넘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국내 주식 매수는 사실상 정책적 의미로 봐야 한다"며 "지수를 홀로 떠받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해외 투자에서 본 이익과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해외자산 가치 상승 등으로 각 연기금이 국가별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10조~20조원 가까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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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둘부들~~~~
기회인듯 싶기도 하고요.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