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증시에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 통상 12월은 증시가 오르는 경향이 강했지만 올해는 트럼프 불확실성에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사이 코스피는 2655.28에서 2455.91로 199.37포인트 하락해 -7.5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앞서 1~10월 수익률은 -3.73%였으나 지난달 ‘트럼프 포비아’에 증시가 크게 휘청이면서 하락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 해소로 코스피가 힘을 받아 연말 랠리에 올라탈 것이라는 당초 기대가 빠르게 식고 있는 것이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코스피의 12월 수익률을 보면 2019년 5.25%, 2020년 10.89%, 2021년 4.88%, 2022년 -9.55%, 2023년 4.73%로 다섯 번 중 네 번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승 랠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간 12월 수익률은 그해 1~11월 시장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정해지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외국인 매수세가 지수 상승을 상당 부분 뒷받침해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마저도 사라진 모습이다. 올해 외국인은 지난 8~11월 4개월 동안 매도 우위를 지속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박승연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연말 랠리 가능성은 작다”며 “연말 랠리를 주장하는 논리는 연중 한국 주식시장이 부진했으니 연말에 리밸런싱 과정에서 매수가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12월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리밸런싱 수급이 아니라 한국 경기의 방향성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고, 경기 부진의 주원인인 수출 둔화세가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기반한 만큼 분위기 반전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커녕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도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NH투자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올해의 경우에는 내년 1월 트럼프가 취임해야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사그라들 텐데 그전까지는 발언 하나하나에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