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직원 7만8000명 감원?"…증시 흔든 지라시 진위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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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11.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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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이 예상된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롯데그룹 모라토리엄 선언설'에 크게 출렁거렸다. 롯데그룹이 오는 12월 초 지급유예를 선언하고 전체 직원의 50% 이상을 감원할 것이란 내용이 담긴 증권가 지라시(정보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 확산되면서다.


시장 정보에 사고파는 증권가 속성상 지라시 내용의 사실(팩트) 여부와는 무관하게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했다. 뒤늦게 롯데그룹이 "지라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면서 투자심리는 다소 안정세를 되찾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증시에서 롯데그룹주에 대한 매매는 여전히 소강상태다. 지라시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증시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7만8000명 감원?…"사실 아니다"

24일 유통·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라시 내용 중 '롯데 차입금 39조원·50% 대량 감원설'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롯데그룹은 39조원은 차입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11개 상장사의 올해 3분기 기준 총부채 규모로 매입채무와 미지급 등이 포함된 금액이며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감안한 순차입금비율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직원 50% 감원설도 가당치 않은 말이라고 롯데는 강조했다. 롯데그룹 직원은 국내 11만명과 해외 4만6000명으로 모두 15만6000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절반이면 7만8000명을 감원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롯데케미칼과 면세점을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일부 계열사에서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대대적 감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롯데온이 수조원대 적자'라는 지라시 내용도 거짓이다. 롯데온의 경우 2020년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5348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건설의 미분양 탓에 그룹 소유 부동산을 매각해도 빚 정리가 쉽지 않을 듯'이라는 지라시 내용 또한 사실과 다르다. 롯데건설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 분양이 많아 미분양 리스크(위험)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에 이른다.

◇ 계열사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사실…"위기로 보는 건 과도"

업황 위축과 경쟁 심화로 인해 롯데의 두 축인 유통 군과 화학 군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접한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21년 15조5000여억원에서 지난해 14조5000여억원으로 줄었다. 유동부채는 2021년 8조9000여억원에서 지난해 10조9000여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이커머스가 급부상하면서 정통 오프라인 매장이 위축되는 등 산업 자체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롯데케미칼도 2021년만 해도 연결기준 1조50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 7000여억원, 지난해 3000여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냈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쳐 불황 상태다.

증권가에선 롯데의 상황을 '유동성 위기'로 보는 것은 과장된 시각이라고 분석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8500억원이고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과 사채는 2조7500억원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도 아니다"라며 "3분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조1000억원으로 양호하며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한 자산 매각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 롯데 "그룹 유동성 문제없다…부동산·예금·주식 109조원"

그렇다면 12월 초 '모라토리엄 선언설'과 '공중분해 위기설'은 사실일까.

롯데그룹은 "현재 보유 주식과 부동산 가치,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 등을 합치면 108조9000억원에 이른다"며 "유동성은 안정적"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롯데 측은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각각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 달 평가 기준 56조원,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 롯데그룹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보유 자산 평가 가치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 그룹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 관계자는 "보유 부동산 자산만 재평가해도 평가 가치가 대폭 늘어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고 해도, 부동산 일부만 팔아도 빚을 갚는데 이런 내용이 유포된 게 황당하다"며 "루머의 최초 생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수익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경우도 유동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롯데는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기준 4조원의 가용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며 "이번 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을 공고해 다음 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 오는 26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에는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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