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프리뷰] 바이백이 뭔가요? 돈 푸는 건가요? 아니요! (이효석)

5
노는자차단
작성: 2022.10.30 13:00
[FOMC 프리뷰] 바이백이 뭔가요? 돈 푸는 건가요? 아니요!
https://naver.me/Gu0iElmF


지난 주 금요일, WSJ의 닉기자님의 트윗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스탠스가 대체로 덜 무서워졌다(Dovish)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덧붙여 최근 옐런이 부쩍 미국 국채 시장이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일부에서 "오~ 다시 돈을 푼다는 거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오늘은 그 내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집고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벼농사, 대~풍년이 매~년 지속되고 있습니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美국채(미국 정부가 돈을 언제, 어떻게 갚을 것이 지를 써준 종이 쪽지)가 얼마나 되는 지를 알려면, 미국 정부의 대출 잔액(public debt outstanding)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 정부의 대출잔액은 2002년 $5조 달러 수준에서 현재 $23.7조 수준까지 10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2) 쌀 환불이 계속되고 앞으로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새로 발행되는 美국채도 문제이지만, 연준이 사줬던 국채를 다시 시장에 내놓겠다고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美국채는 $6조가 조금 안되는 수준인데, 이걸 시장에 계속 팔겠다고... 아직 $1,575만 정도만 팔았는데, 앞으로도 계속 팔겠다고 하고 있죠. 시장에서 쌀을 사갔던 집들이 갑자기 먹지도 않고 다시 환불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3) 쌀 수요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더 심하네요
일본은 금리는 0.25%로 유지하고 싶은데, 엔화 약세가 되는 것은 싫습니다. 졸려서 잠은 자야되는데, 시험도 잘 보고 싶은 수험생의 모습과 같죠. 그런데 엔화 약세가 되는 것이 싫다면, 가지고 있는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야 됩니다. 과거처럼 일본이 미국채를 공격적으로 사줄 수는 없다는 거죠.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해서 외환보유고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채를 사줄 수는 없겠죠. 참고로 1인당 쌀 소비량도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4) 이런 상황이 되니 쌀 가격이 급락하고, 변동성도 너무 커집니다.
미국 국채(종이쪽지)를 사는 사람은 없어지는데, 파는 사람만 늘어나다 보니, 가격은 급락(금리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국채의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서 유동성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비유를 하자면, 쌀을 할인을 많이 해서라도 팔고 싶은데, 팔리지도 않는 상황이라는 거죠.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지 10월초부터 옐런 장관이 우리가 좀 도와줘야 되는 지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5) 올해 생산된 햇쌀(신곡)은 그마나 나은데, 문제는 과거에 생산된 구곡(오래된 곡식)입니다.
아마 다음주가 되면, 미국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을텐데,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지표물(on the run)과 비지표물(off the run)을 이해해야 됩니다. 지표물을 햇쌀에 비유한다면, 비지표물은 구곡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지금 문제는 햇쌀과 구곡의 가격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는 거죠. 뭐 어차피 쌀 많이 안 먹는데, 이왕 먹는거 햇쌀을 먹지 뭐하러 작년에 나온 쌀을 먹냐? 이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듯


6) 정부가 햇쌀을 판 돈으로 구곡을 산다...?
실제로도 쌀값 하락이 너무 심각해서 우리 정부는 올해 작년보다 10만톤이 증가된 45만톤(구곡 10만톤 + 신곡 35만톤)을 매입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정책은 아마도 햇쌀(on the run)을 팔아서 구곡(off the run)을 사주는 정책이 될 것 같습니다. 재무부의 바이백이 2000~2002년에 마지막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요한 정책이긴 합니다. 하지만, 새롭게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의미는 아니고, 유동성 문제는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7)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쌀값을 진정시킬 수 없는 것처럼
쌀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풍년과 흉년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美국채에 대한 수요 기반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바이백(buy back)으로 문제가 해결되긴 어려울 겁니다.


​8) 그래도 가격이 싸지면, 사먹는 사람이 늘어 나겠죠?
그래도 국채의 가격이 엄청 싸졌으니(금리 급등), 새로운 수요가 어디에선가 늘어나겠죠? 미국정부에 2년만 빌려줘도 4%의 이자를 준다고 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영국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혼란이 한국을 거쳐 미국에서도 확인되었다는 것은 시장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년만에 처음으로 재무부가 바이백(buy-back)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9) 하지만, 연준이 멈추는(pivot) 이유가 인플레이션이 잡혔기 때문이 아니라면...
이번 주에는 FOMC 회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발표될 물가 수준도 정말 중요합니다. 만약 연준이 WSJ 기자를 통해서 시장으로 하여금 피봇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도록 용인했던 이유가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충분한 자신감 때문이었다고 확인된다면, 앞으로 물가가 진정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시장을 조금 더 길게 긍정적으로 봐도 될 겁니다.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죠. 다만,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금융시장이 망가져 버려서 속도를 줄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다시 말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죠.
추천2
비추천0
신고신고
    Go to topAdd app